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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만드는 사람들

발사체 만드는 사람들

한국형발사체 개발진 잠 못 들게 한 최대 난제는?

  • 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8-09-11
  • 조회수 : 253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시험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험발사체 성능 검증을 위한 동일한 형태의 인증모델(QM)을 완성하고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종합연소시험은 7월 초에 성공적으로 완료하였고, 실제 발사에 사용할 비행모델(FM) 조립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5t 엔진 연소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진.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의 2단부에 해당합니다. QM을 완성했다는 것은 시험발사에 필요한 엔진, 추진제 탱크 등 구성품의 설계·제작·조립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 실제 발사와 동일하게 연료 주입과 연소 등으로 진행하는 종합연소시험까지 성공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시험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지상에서 모두 확인하였다고 보면 됩니다. 이제는 발사대와 발사체간의 검증을 거친 후, 비행을 통한 최종 확인만 남겨둔 것이죠.

여기까지 오면서 개발진은 수많은 문제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어떤 문제는 몇 차례 설계변경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어떤 문제는 수개월에서 1년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었죠. 그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마침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을 잠 못 들게 한 대표적 난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설계-시험-설계, 설계 변경 및 시험 20차례 이상

이제는 직접 설계한 엔진을 제작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140초를 훨씬 웃도는 연소 시험을, 그것도 몇 차례씩 반복해도 끄떡없는 엔진을 만들고 있는데요. 불과 3년 전까지는 엔진 개발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을 가장 어렵게 했던 바로 ‘연소 불안정(Combustion Instability)’ 현상 때문입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은 2015년 8월부터 2단계에 착수했습니다. 2단계 사업의 핵심 목표는 시험발사체 개발. 다시 말해 엔진 개발이 핵심이었죠. 그런데 2014년 10월, 75t 액체엔진의 연소기에서 연소 불안정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국형발사체 연구진도 이 문제가 액체로켓을 개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건 알았지만, 해결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연소 불안정 현상을 극복한 것으로 결론 내렸을 때가 2016년 2월이니 문제 발생에서 해결까지 16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연소기의 설계 변경과 시험을 20회 가까이 진행했습니다. 설계를 바꿔 연소기를 제작해서 다시 시험하고, 또 설계를 바꿔 제작하고 시험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연소 불안정은 연소 과정에서 연소실 내부의 유동과 압력이 급격히 요동치며 정상적인 연소를 방해하는 현상입니다. 다량의 추진제를 짧은 시간 고온·고압으로 연료를 연소할 때 섭동(攝動.Perturbation)이 발생하고, 이것이 연소실 내부의 특정 주파수와 맞아 들어가며 공진을 일으키게 되는 거죠. 이로 인해 연소실 내부의 압력과 진동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결국 폭발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요. 일종의 카오스(Chaos) 현상과 같아 전 세계적으로 지금도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한 액체로켓 엔진 개발의 대표적 난제로 꼽힙니다.

한국형발사체 75t 엔진 연소시험 장면.


16개월 사투 끝에 ‘연소 불안정’ 해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액체로켓이 극한 환경에서 연소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액체엔진 연소실에서는 1초에 약 100ℓ의 연료를 연소시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SUV 자동차의 연료통이 75ℓ 정도 됩니다. 꽉 채우면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도 타죠. 그런데 이보다 많은 100ℓ를 단 1초에 태운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것도 1초만 태우는 게 아니라 140초 이상을 연소시켜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연소 불안정 현상이 발생해 압력과 진동이 높아져 폭발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이 모든 상황이 0.1초,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전개됩니다(시험 단계에서는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중단시키기 때문에 폭발까지는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로켓 개발진은 ‘연소와 폭발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연소 불안정과 관련해 많은 논문이 나왔고 다양한 솔루션이 제시되어 있지만, 결국 직접 만들면서 적용해보는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설계를 바꾸고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시험하면 또 다른 현상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2015년 12월 말, 14개월 동안 발생한 문제점을 개선해 설계를 바꾸고 연소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되겠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과는 또 실패. 개발진은 또 한 번 쓰디쓴 좌절감을 맛봐야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횟수가 쌓인 만큼 해결책을 찾는 시간도 빨라졌죠. 마침내 2016년 1월,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개발진은 ‘해결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해 2월 안정적인 연소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소불안정 해결을 선언합니다. 16개월이 넘는 ‘연소 불안정’ 현상과의 사투에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이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추진제 탱크 돔 제작 모습.


"지상에는 없는 탱크를 제작하라"

추진제 탱크도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을 잠 못 들게 한 대표적인 난제 가운데 하나인데요. 외부에서 보이는 발사체 구조물의 대부분은 추진제 탱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각각 연료와 산화제를 담는 추진제 탱크는 발사체 전체 부피의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탱크의 두께는 2~3mm 정도에 불과합니다. 무게를 줄이는 것이 발사체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발사할 때의 하중과 탱크 내부의 압력도 견뎌야 합니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내부 압력을 견디려면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알루미늄 소재는 용접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용접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요? 이렇게 얇고 가벼운 소재를 용접해 만든 탱크를 지상에서 사용하는 곳은 없습니다. 오직 액체엔진 발사체의 추진제 탱크만 그렇습니다. 일반 용접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죠.

용접하면 불량이 나오고, 다시 공정을 개선해서 용접하면 또 불량이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역시 하나하나 직접 해보면서 공정 프로세스를 완성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지름 2.6m와 3.5m의 추진제 탱크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에 경험이 있어도 만들 때마다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는데 처음 제작하는 것이니 오죽했겠습니까?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 미국 역시 차세대 우주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 개발 공정이 1년 정도 지연되었는데요. 추진제 탱크 용접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발사체를 만들어본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지름 8.4m에 길이만 40m에 달하는 탱크 제작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던 거죠.

NASA의 차세대 로켓인 SLS 추진제 탱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난제 극복 힘

추진제 탱크 제작에서 용접과 함께 또 하나 어려웠던 일은 돔 제작이었습니다. 원통형의 탱크 상단과 하단은 타원형의 돔으로 만들어지는데요. 한국형발사체의 돔은 소재를 자르거나 이어 붙이는 게 아니라 커다란 금속평판을 스피닝(spinning)이라고 불리는 가공법으로 제작합니다.

가공 전 금속평판의 두께는 15mm 정도인데요. 이것을 스피닝을 통해 형태를 만든 후 2~3mm의 얇은 두께로 내외면을 가공하는 것입니다. 일정한 곡률을 이루면서 균일한 두께로 원판 재료를 깎아내는 게 핵심 기술입니다. 이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공정 개발이 불가능합니다. 깎아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엔지니어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요. 엔지니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정을 완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은 ‘도공(陶工)의 혼’으로 추진제 탱크를 제작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정을 개발한 과정과 결과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이 여러 난제를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달려오게 한 힘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이밖에도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을 잠 못 들게 한 난제는 수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발사체에 달려 있는 수많은 밸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험발사체에만 약 100개의 밸브가 들어가고 3단형 한국형발사체에는 주요 기능을 하는 밸브만 무려 450개에 달합니다.

밸브 하나에 조금만 오차가 발생해도 폭발과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엔진부의 밸브는 보통 대기압보다 80배가량 높은 고압에서 대유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여기에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제어하는 밸브의 경우 극저온의 환경에서 작동하죠. 이처럼 극한 환경에서 수많은 밸브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열리고 닫혀야 합니다. 밸브 하나하나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은 이런 난제를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달려오게 한 힘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아무리 힘든 난관에 부딪혀도 ‘못 한다’거나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어떤 때는 이것이 더 초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험발사체에 이어 한국형발사체 발사까지 여전히 갈 길이 많은 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난제를 만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개발진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문장만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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