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EDIA

발사체 만드는 사람들

발사체 만드는 사람들

한국형발사체 개발에는 국내 최고 기계·용접 名匠 손길이

  • 이름 : 오요한
  • 작성일 : 2018-08-01
  • 조회수 : 43

황해도·김일록 명장이 말하는 우주개발과 우주도전


우주기술은 첨단 과학과 엔지니어링의 집합체입니다. 설계부터 부품 제작, 조립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고, 고온과 고압, 극저온 등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합니다. 모든 과정에는 철저한 계산과 첨단 과학기술 공법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발사체와 인공위성 등 우주기술은 이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숙련된 기술자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명장이 우리의 우주도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황해도·김일록 명장(Meister)입니다. 40년 동안 기계를 깎고 붙이는 일에 종사한, 자칭 ‘쇠장이들’입니다. 우주개발을 향한 이들의 불꽃 튀는 삶과 열정을 들어봤습니다.



황해도 명장(왼쪽)과 김일록 명장,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중인 한국형발사체 75t 급 액체로켓엔진

*30t급 액체엔진 터보펌프 제작 주역

“세상에 못 만들 물건은 없다!”
황해도 명장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처음 액체로켓 엔진의 터보펌프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받았을 때 쏟아낸 일성이었습니다. 작은 기계부터 다연장로켓, 미사일, 자주포, 항공기 부품 등 안 만들어본 물건이 없는 황 명장이기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황 명장은 이렇게 말한 것을 곧 후회했습니다. “30t급 엔진 터보펌프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처음 만들어보는 물건이었지만, 연구원들로부터 제작 의뢰를 받았을 때는 사실 ‘못 만들게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상 도면을 받고 제작에 들어가 보니 이건 다른 기계와 다르더군요. 터빈 로터 제작부터 막히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함부로 큰소리치면 안 되겠구나.”


연구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낮으로 터보펌프에 매달렸습니다. 터빈 성능을 높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터빈 로터는 디스크 등이 한 몸체로 이루어진 ‘4축 방전가공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터빈 로터 문제가 해결되자 이후 공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인듀서, 터빈 노즐 블록 등 제작 난이도가 높은 부품을 하나씩 만들고 드디어 30t급 터보펌프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완성한 30t급 터보펌프가 있었기에 지금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Ⅱ)의 75t급, 7t급 액체로켓 엔진 터보펌프도 자체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부서 이동으로 한국형발사체에 개발 사업에는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그때의 기술이 지금의 우주개발로 이어졌다는 생각을 하면 황 명장은 마음 한구석 뿌듯함을 느낀다고 강조했습니다.


황해도 명장이 75t급 액체로켓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선배님, 용접에 자꾸 문제가 생겨요”

“별로 한 일은 없어요. 후배들이 고민할 때 도움을 준 정도죠.”
김일록 명장은 자신의 역할을 낮췄지만, 만약 김 명장이 없었다면 한국형발사체 엔진 완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게 한화테크윈 실무진의 설명입니다. 발사체 액체엔진에는 크고 작은 배관이 들어갑니다. 이 배관은 다른 기계장치와 달리 고온과 고압을 견뎌야 하고 산화제(액체 산소)가 통과하는 배관은 극저온의 환경입니다. 이런 배관과 장치는 거의 용접으로 연결됩니다. 김 명장은 발사체 엔진 제작에서 용접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액체로켓 엔진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용접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로켓 엔진의 용접은 다른 기계 장치 용접과 다릅니다. 일단 소재부터가 고온·고압·극저온에 강한 합금 소재인 데다 용접 부위도 얇고 정밀한 박판용접이 적용되고요. 무엇보다 조금도 새지 않는 기밀(氣密)이 중요하기 때문에 용접은 상당히 중요한 공정입니다.”


하지만 용접 과정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상온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도 시험을 위해 극저온의 액체질소를 주입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던 겁니다. 결국, 기술진은 용접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김 명장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아무리 강해도 모든 금속은 열을 받으면 미세한 변형이 생깁니다. 또 고온으로 올라갔다가 냉각되는 과정에서 일부 금속은 성질이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박막용접에서는 어느 정도의 열로 얼마나 열을 가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접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소재의 특성까지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김 명장은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이런 요소들을 점검했고, 대선배의 기술적 조언을 받은 후배 기술진은 그동안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엔진을 살펴보고 있는 김일록 명장.

*철공소 기술자가 최고의 마이스터로

황 명장과 김 명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떠나 각각 기계와 용접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숙련기술자들입니다. 40년 경력의 황 명장은 지난 2003년 대한민국 명장(생산기계 부문)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04년 석탑산업훈장, 2005년 신지식인 선정, 2006년 기능한국인 선정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기계 분야 자격증만 7개나 됩니다. 역시 4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김 명장도 2000년 신지식인과 2007년 대한민국 명장(용접 부문)에 선정된 데 이어 2017년에는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습니다.


‘쇠장이’는 기계와 기름을 만지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지만, 이들은 해당 분야의 마이스터가 돼서도 쇠장이라 불리는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경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황 명장과 김 명장이 마이스터에 오르는 과정에서 남몰래 흘린 눈물은 그동안 작업 현장에서 흘린 땀의 양과 정비례합니다.


황 명장의 경우 중졸의 학력에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하는 아픔을 딛고 한국을 대표하는 명장이 되었습니다. 1981년 전국기능경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밝은 미래가 열리는 듯했지만 1983년 불의의 사고로 잠시 기술자의 길을 접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상 기술자였습니다. 기능직 경력사원 전형에서 실기시험 만점을 받고 한화테크윈에 입사한 황 명장은 끊임없이 기술을 갈고닦아 회사는 물론 국내에서도 최고 기능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마이스터가 된 후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지도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에게서 지도를 받으면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딴다고 해서 ‘기능올림픽 메달 제조기’로 불립니다.


황해도 명장(왼쪽)과 김일록 명장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용접을 배우기 시작한 김 명장은 1979년 고교 졸업 후 배관 용접공으로 용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중소기업을 거친 후 지난 198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입사해 그야말로 주경야독하며 기계공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기술 연마에도 매진해 용접기능장,용접산업기사, 판금제관기능장, 배관기능장, 용접기술사 등 용접 분야 전 종목에서 자격증을 따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김 명장은 항공기 엔진 특수용접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자랑합니다. 공군 F-16 전투기 엔진을 비롯해 해군 이지스함의 냉각장치도 그의 용접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김 명장 역시 후학 양성에도 힘써 그의 지도를 받고 기능장 자격을 갖게 된 제자가 80명이나 됩니다. 또 지난 2014년부터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을 위해 ‘사랑의 리어카’를 제작하는 등 재능기부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두 명장에게도 우주개발 참여는 특별한 경험

이처럼 못 만드는 것 없고, 안 만들어본 것 없는 두 명장에게도 우주개발 참여는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술을 물려받은 후배들이 한국형발사체 액체엔진 개발 등 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사업에 작게나마 기여했던 순간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30t급 액체엔진 터보펌프를 개발하고 처음 시험하던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나는 일부 부품만 달아오를 줄 알았는데 터빈부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라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죠. 120초를 돌리는데 정말 120일처럼 느껴졌어요. 결국, 시험에 성공하고 항우연 연구진들하고 같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우주기술 개발은 이렇게 다르구나,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어요.
황 명장은 30t급 터보펌프 개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물론 매 순간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의견 충돌로 친하게 지내던 연구원과 한동안 말도 안 했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술을 한 잔도 입에 못 대는 다른 연구원이 둘을 화해시키느라 엄청 술을 먹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현장 기술자는 기술자대로 더 완벽한 물건을 만들고자 했던 욕심이기에 금세 의기투합해 우주개발에 함께 힘을 쏟았습니다. 황 명장과 김 명장은 중단 없는 우주개발을 강조했습니다.
“항우연의 우주기술 연구개발 능력이 높아지는 동시에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기술자들의 노하우도 높아졌습니다. 기계로 치자면 지금 한창 우주개발 열기가 달궈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럴 때 더 기름도 쳐주고 조여주면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높아진 연구개발 능력과 기술적 노하우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선배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후배들이 앞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형발사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3월 75t급 엔진 한 대를 처음 우리 연구원에 공급했습니다. 이후에도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금까지 8대의 엔진(75t 5대, 7t 3대)을 공급하고, 현재 11번째 엔진을 조립하고 있습니다.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화테크윈의 후배 기술자들도 우리 연구진과 쉼 없이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엔진을 조립할 때마다 공정과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첫 납품 엔진이 0.5초, 1초 발화하는 순간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던 때가 불과 1년여 전인데, 벌써 145초(75t), 580초(7t) 연소시험을 큰 문제없이 수행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인터뷰에 동석해 선배 명장의 이야기를 함께 들은 김종한 차장과 임성문 기감(이상 정밀기계생산팀)은 우리 연구원과 선배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매 순간이 어렵고 긴장되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니까요. 문제가 생기면 항우연 연구진과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30t급 터보펌프 등 발사체 개발 초기에는 더 힘들고 열악한 상황이었겠죠. 항우연 연구진과 선배들이 그동안 흘린 땀이 소중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한국형발사체 성공 개발을 위해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첨부파일


비밀번호 확인

비밀번호 확인
확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