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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포커스

그들이 안전모도 못 쓰고 발사체 조립하는 이유

  • 이름 : 오요한
  • 작성일 : 2018-07-06
  • 조회수 : 236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한국형발사체 로켓엔진 연소시험, 시험발사체 인증모델(QM) 종합연소시험, 시험발사체 비행모델(FM) 총 조립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인데요. 하지만 시시때때로 나로우주센터를 휘감는 해무(海霧)처럼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조립이 한창인 종합조립동도 그렇습니다. 오는 10월 실제 발사하는 시험발사체 비행모델을 조립 중인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을 찾았습니다.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서 시험발사체 비행모델(FM)을 조립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긴급 현장회의 끝에 분리해서 재조립 결정

거대한 종합조립동 내부로 들어서자 시험발사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시험발사체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총 조립을 수행하고 있는 산업체 엔지니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요. 그런데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시험발사체를 가리키며 뭔가 의견을 교환하고, 다시 특정 부위를 살펴보기를 여러 차례. 급기야 조립동 한쪽에 마련된 탁자에서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무슨 긴급한 일이 발생한 걸까요?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5일 전으로 되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추진제 탱크와 엔진을 연결하는 산화제 주배관이 있는데요. 배관과 터보펌프 연결 부위에 기밀(氣密)을 유지하는 부품이 있는데 이 부품은 유체의 흐름에 따라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품 방향이 반대로 조립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달리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분해해서 재조립할 수밖에 없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에요. 자주 있어도 안 되고요. 다만 조립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일이죠. 동체 전체를 분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관과 터보펌프를 분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추진제 탱크를 살짝 이동시켜야 해요. 일정으로 보면 4~5일 전 조립 상황으로 되돌려야 하는 거죠.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므로 늘 긴장을 놓을 수 없고요. 전체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되고 그렇습니다.” 조립동 현장 안내를 해준 한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시험발사체 비행모델의 엔진 지지부에서 작업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안전모 왜 안 쓰냐고요? 쓰고 작업 못하니까요”

현장 긴급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은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간격을 만들기 위해 추진제 탱크를 이동시키려고 시험발사체를 크레인에 걸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현장 엔지니어들은 안전모를 썼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조립 작업에서는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거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그 이유에는 시험발사체 조립의 어려움과 현장 엔지니어들의 ‘애환’이 담겨 있었는데요. 안전 불감증, 혹은 편하게 작업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시험발사체 조립은 처음에는 작업 공간이 충분합니다. 대부분 구성품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 엔지니어의 손과 공구가 쉽게 작업 대상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조립하는 단위가 커지고 급기야 구성품이 덮개나 동체에 가려지게 됩니다. 손만 올리면 작업하려는 부품에 닿았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이 단계부터 엔지니어들은 ‘요가’ 비슷한 몸동작을 하게 됩니다. 점검 창으로 상반신만 집어넣고 작업을 하고 손을 비틀어야 겨우 부품에 닿습니다. 머리 하나도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 상반신을 집어넣고 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고난도의 정밀성이 필요합니다. 안전모를 쓰고 작업하다가 안전모가 민감한 부품이나 구성품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쓰기 싫거나 불편해서가 아니라 안전모를 쓰고는 작업할 수 없는 환경인 거죠. 물론 이렇게 작업을 하다가도 동체 전체를 움직이거나 크레인으로 무거운 구성품을 옮길 때는 반드시 착용합니다.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안전모를 왜 안 쓰냐고요? 아마 작업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본다고 할걸요? 안전모를 쓰고는 작업할 수 없으니까요.”


조립을 완료하고 종합연소시험을 진행 중인 시험발사체 인증모델

인증모델은 이미 완성, 7월까지 비행모델 조립 목표

현재 조립 중인 시험발사체 비행모델은 오는 10월 실제 발사하는 모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비행모델 옆에는 조립이 완성된 인증모델이 눕혀져 있었죠. 조립을 완료한 인증모델은 나로우주센터의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에 세워져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합니다. 비행모델(FM. Flight Model)과 인증모델(QM. Qualification Model)은 크기와 외형은 물론 똑같은 설계, 부품, 조립, 시험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인증모델은 비행모델을 실제 발사해도 좋은지, 글자 그대로 ‘인증’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진은 2017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험발사체 인증모델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시험발사체 인증모델 완성은 시험발사에 필요한 엔진, 추진제 탱크 등 구성품의 설계, 제작, 조립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발진은 이 인증모델을 통해 종합연소시험을 실시하는데요. 종합연소시험에서 인증모델은 발사만 하지 않을 뿐 실제 발사와 동일하게 연료 주입, 연소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처럼 완성된 인증모델로 종합연소시험을 하는 동안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은 시험발사체 비행모델을 조립하게 됩니다. 비행모델은 실제 발사하는 발사체입니다. 75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루어진 시험발사체는 지름 2.6m에 전체 길이는 25.8m인데요. 지난 1월부터 총 조립에 착수해오는 7월 조립을 완성하게 됩니다.

시험발사체 비행모델은 현재 60%가 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료탱크, 산화제 탱크, 엔진 등 동체 조립은 거의 마무리했고, 엔진 부위를 감싸는 후방동체와 시험발사체 상단에 실리게 될 중량 시뮬레이터 조립을 앞두고 있습니다. 8t 무게의 중량 시뮬레이터는 탑재체 대신 싣는 일종의 쇳덩어리입니다. 그 자체로는 아무 기능이 없지만, 한국형발사체 발사체 2~3단 무게와 모양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엔진과 엔진을 보호하는 후방동체

조립-점검 반복, 한 단계 끝나야 다음 단계로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조립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증모델까지 조립을 완료한 상태인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행모델이 마치 레고블록을 쌓듯 설계 도면대로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정상적인 공정 속도를 방해하는 일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산화제 주배관 연결 부위 문제처럼 말입니다.

또 그냥 조립만 하는 게 아니라 조립 단계를 거칠 때마다 철저한 시험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엔진 지지부 완성을 조립하면 여기에 들어간 모든 볼트 등 접합 부위의 기밀시험, 전기 시험 등을 거치게 됩니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이상 신호가 잡히거나 100%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반드시 문제를 찾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만약 조립을 잘못한 거라면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전 단계로 돌아가는 것은 분해와 재조립을 의미합니다.

비행모델 조립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공간 확보’입니다. 처음에는 쉽게 조립이 진행되다가도 동체와 동체가 연결되기 시작하면 조립 공정의 난이도가 껑충 올라가죠. 작업 공간 확보가 어렵다 보니 엔지니어들은 요가에서나 취할 법한 동작과 자세를 반복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안전모도 쓸 수 없습니다.

조립 공정의 핵심은 팀워크입니다. 총 조립을 맡은 부서는 체계종합팀이지만, 구성품을 조립할 때마다 해당 팀과 함께 조립 상태를 점검합니다. 추진제 탱크를 연결할 때는 추진제 탱크 개발을 맡은 연구진, 엔진을 연결할 때는 엔진 개발을 맡은 연구진과 함께 협업하고 점검해야 하죠.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이런 협업과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곳에서 일정이 늦어진다고 다음 단계부터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게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다음 단계가 끝나야 그다음 구성품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시험발사체 비행 모델

10월 시험발사체 발사 향해 한 걸음씩

시험발사체 발사와 비행이 완료되면 한국형발사체의 1, 3단 기체의 제작, 조립, 시험에 본격 돌입하는데요. 또 이렇게 각각의 인증시험이 완료되면 3단형 한국형발사체 발사에 도전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오는 10월로 예정된 시험발사체 발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은 5월 중순,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나로우주센터에는 오전부터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습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과정은 이런 안개를 걷어내고 파란 하늘과 바다를 마주 보는 일과 비슷합니다. 이제 태양이 솟아 안개는 조금씩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하늘을 향해 한국형발사체가 비상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발사하는 그날도 머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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