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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포커스

로켓 엔진 연소기에 폭발물을 터트린다?

  • 이름 : 오요한
  • 작성일 : 2018-05-16
  • 조회수 : 382

산화제와 연료가 만나 섭씨 3,000도가 넘는 뜨거운 화염과 높은 압력의 가스를 만들어내는 곳. 바로 로켓 엔진의 연소기입니다.
강력한 연소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부품이지요. 핵심 부품인 만큼, 엔진과 조립하기 전에서도 수많은 시험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심지어 ‘폭발물’을 터트려 시험을 하기도 합니다.


폭발물로 연소 안정성을 확인한다, SRT 시험


연소기 안에서도 산화제와 연료가 만나 강력한 불꽃을 만들어내는데, 왜 폭발물까지 터트리면서 시험을 할까요?
바로 제작한 연소기의 ‘연소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로켓 엔진은 산화제와 연료가 연소기에서 ‘제대로, 지속적으로’ 연소해 안정적으로 목표한 추력을 발생시켜야만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소가 불안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연소불안정’ (combustion instability)이라고 하는데요. 1930년대 로켓 개발 초기부터 각국 연구자들을 괴롭혔던 대표적인 난제입니다.

개발된 연소기의 연소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실제 시험을 통해서 확인을 해야만 합니다.
연소기가 동적(Dynamic)으로 안정성을 가지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바로 ‘연소안정성 평가 시험(SRT, Combustion Stability Rating Test)’이라고 하는데요. '동적 안정성'은 외부에서 연소기로 전해진 충격이나 교란에도 연소기가 안정적으로 연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적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SRT 시험에선 연소기 외부에 ‘폭발물’을 설치합니다. 연소시험이 진행되는 도중 이 폭발물(펄스건)을 터트려 인위적으로 연소실 내부에 큰 교란을 가하는 겁니다.


SRT 시험으로 인해 압력과 진동이 지속되어 불안정한 연소를 보인 연소기 / 압력과 진동이 빠르게 감쇠한 연소기

SRT 시험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폭발물을 터트린 순간이다. SRT 시험으로 인해 압력과 진동이 지속되어 불안정한 연소를 보인 연소기(왼쪽), 압력과 진동이 빠르게 감쇠한 연소기 (오른쪽).


이때 발생한 급격한 압력과 진동이 매우 짧은 시간(통상 15/1000 초)내 사라지고, 시스템이 원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원래 상태로 회복이 된다면 이 연소기는 동적 안정성을 가진다고 하며, 만약 더 크게 진동으로 발전되어 심지어 연소기의 파손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동적으로 불안정한 연소기로 봅니다.


극한 조건에서도 시험해야

연소 안정성 확보를 위해선 엔진이 실제 작동하는 조건인 설계점을 비롯하여 더 넓은 영역(혹은 조건)인 탈설계점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이 되는지 연소시험을 통해 확인해야만 합니다.
탈설계점 시험은 연소압력과 혼합비(산화제/연료의 비) 등의 연소 조건에 변화를 주어, 설계점 아닌 극한 조건에서도 연소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시험하여 확인해 보면 좋겠지만, 개발 기간과 예산이 무한정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아래 그림과 같이 영역을 설정해 놓고 그 영역의 한계점을 시험함으로써 연소기의 작동성 및 안정성 등을 확인합니다. 이때 모든 점에서 안정적인 연소를 보인다면 이 연소기는 정적(Static)으로 안정하다고 합니다.

연소압력과 혼합비(산화제/연료의 비) 등의 연소 조건에 변화를 주어, 설계점이 아닌 한계점에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것을 확인하는 도표

연소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설계점 뿐만 아니라 극한 조건인 탈설계점까지 연소시험을 진행한다


SRT 시험 역시 탈설계점에서도 진행됩니다. 이를 통해 연소불안정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SRT 시험이 없다면, 연소불안정을 확인하기 위해 훨씬 많은 시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지요.
연소기는 이렇게 수없이 많은 시험을 반복해 정적 안정성과 동적 안정성 모두를 확보해야만 엔진에 조립되어 엔진 연소시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연소시험중인 75톤급 엔진의 연소기

연소시험중인 75톤급 엔진의 연소기



※연소불안정은?


연소불안정은 연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작은 섭동(攝動, perturbation)이 연소실 내부에서 형성되는 특정 음향 모드와 공진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연소실 내부의 압력과 진동이 급격히 증가하며 심한 구조적 진동과 열 손상이 발생해 순식간에 연소기가 파괴되거나, 심지어 로켓 전체가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연소불안정은 ‘카오스’라 불릴 정도로 예측이 어렵습니다. 이번 시험에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동일한 조건으로 다음 시험을 진행했을 땐 연소불안정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과정에서도 연소불안정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로호 개발과 같이 진행됐던 30톤급 엔진 개발에선 단 한차례의 연소 불안정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엔진 개발 과정에선 첫 시험부터 연소불안정이 발생했습니다.
2014년 10월, 75톤급 엔진에서 처음 이 현상을 발견한 시점부터, 문제 해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지요.
사실 이 연소불안정은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었던 과정입니다. 이전보다 사이즈를 키우거나 비슷한 사이즈의 로켓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들이 연소불안정 문제로 애를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연소불안정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반복적인 시험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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