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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포커스

불내뿜는 로켓이 거대한 냉장고

  • 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8
  • 조회수 : 697


언젠가 말씀드렸던가요? 지구는 지구상의 물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좀처럼 떠나보내길 싫어한다고. ‘중력’이라는 힘으로 꽁꽁 묶어놓고 잠시라도 지구에서 발을 떼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중력을 이겨낼 정도의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이 힘을 얻기 위해 로켓은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연료를 태워 고온의 불꽃을 내뿜으며 대기권을 벗어납니다.

그런데 우주 로켓은 뜨거운 ‘불꽃의 세계’인 동시에 차가운 냉장고, 혹은 음료수통이기도 합니다. 로켓이 차가운 냉장고라고요? 로켓이라고 하면 우선 뜨거운 열과 불꽃을 떠올리지만, 이렇게 ‘뜨거운’ 로켓도 지구상에 자연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 극저온의 ‘차가운’ 세계를 만나야 비로소 우주로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로켓을 작동하게 하는 숨겨진 극저온의 세계를 만나보겠습니다.




미국 SLS 로켓의 액체수소와 액체산소 탱크. <사진 출처=NASA>




◇ 자동차 연소와 로켓 연소의 공통점·차이점은?

로켓이 차가운 세계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로켓이 날아가는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로켓이 날아가는 힘은 연료와 산화제의 화학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에너지는 연료가 산소와 만나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연소는 우주 로켓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자동차에서도 적용됩니다. 연료가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연소실에서 연소할 때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 에너지가 크랭크축을 움직여 바퀴를 회전시킵니다. 

로켓과 자동차의 연소는 이처럼 비슷하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동차는 산소가 포함된 공기를 이용해 연료를 태우지만, 로켓은 오직 산소로만 연료를 태운다는 점입니다. 산소만 이용하는 이유는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지구 중력을 뚫고 우주로 날아가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연료를 태우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맹렬하게’ 연료를 태워야 합니다.


◇ 자동차에 산소만 넣으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호기심이 하나 생깁니다. 자동차에 산소만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내연기관에서 연료와 산소만 있으면, 당연히 연료의 타는 속도가 빨라지겠지요. 온도도 올라갑니다. 그만큼 폭발도 강렬해지고요. 그러면 폭발이 피스톤을 내려치는 힘이 강렬해질까요? 그건 아닙니다.

내연기관에서는 연료와 산소의 반응으로 온도가 올라가고 올라간 온도는 질소를 팽창시켜 피스톤을 내려칩니다. 질소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지 않게 방어해주는 쿠션 역할도 합니다. 질소 없이 순수한 산소만 넣으면 팽창하여 피스톤을 내려치는 힘은 줄어들고 온도만 올라가서 자동차 엔진만 고장 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튜닝카는 질소산화물(NOS)을 이용해 엔진의 힘을 올리는 데 사용합니다. 내연기관에서는 질소와 산소가 필수적입니다.

실제 순수 산소가 자동차에 들어간 사례가 있습니다. 1970년대에 NASA에서 액체산소 탱크가 터져 경찰차와 소방차가 출동했습니다. 경찰과 소방관은 시동을 켜놓고 구조와 화재진압 활동을 펼쳤는데요. 그 사이 액체산소가 증발해 기체산소가 되고 사고 지점에 많은 산소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고농도 산소가 자동차에 들어가면서 자동차 엔진이 녹아버렸습니다. 




극저온의 액체산소.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 ‘맹렬한’ 로켓 연소에 필요한 극저온 액체산소

다시 로켓의 산소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로켓이 힘을 키우기 위해서 산소만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상에서 우주까지 연료를 태워야 하는데, 그 사이에 산소가 계속 필요로 합니다. 대기권에서는 산소가 희박해지고, 우주에서는 산소가 없습니다. 그러면 효율적인 산소 저장 방법이 필요하게 됩니다.

기체 산소 100%를 싣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체 산소를 이용하면 매우 많은 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압력을 높여 저장해야 합니다. 기체는 부피도 큽니다. 압력도 높고 양도 많은 기체산소를 저장하려면 저장 탱크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거워집니다. 탑재체(Payload)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서는 발사체의 무게를 단 1 kg이라도 줄여야 하는 만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100% 산소를 액화시켜 싣고 가는 것입니다. 바로 액체산소입니다.

액체산소는 아주 차갑습니다. ‘그냥’ 차가운 게 아니라 엄청나게 차갑습니다. 온도가 무려 –183℃(90 K)에 달합니다. 산소가 기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온도가 -183℃입니다. 액체산소를 얻고 싶으면 -183℃까지 어쩔 수 없이 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액체산소를 이용하는 로켓의 발사 장면을 보면 발사체 표면에 얼음(또는 성에)이 끼었다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극저온의 액체산소가 저장된 산화제 탱크 외벽에 공기 중의 수분이 닿으면서 생긴 얼음입니다. 매우 온도가 낮은 냉장고 문 주변에 얼음이 생기곤 하는데요. 이와 비슷한 현상입니다. 다시 말해 우주 로켓은 엄청난 크기의 ‘냉동 창고’를 달고 우주로 날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로호 발사 모습. 표면의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 극저온 연료·산화제를 이용하는 로켓 개발

나로호(KSLV-Ⅰ)와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Ⅱ)의 경우 연료는 케로신, 산화제는 액체산소 조합으로 운용되는 로켓입니다. 케로신은 상온 저장이 가능해 운용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액체로켓의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되는데 연료도 로켓 엔진의 개발 방향에 따라, 케로신이 아닌 다른 물질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연료로는 수소와 메탄이 있습니다. 수소와 메탄도 부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액체로 만들어 사용해야 합니다. 액체수소와 액체메탄은 극저온 액체입니다. 수소는 약 –253℃(20 K)에서 액체가 되고, 메탄은 약 –162℃(111 K)에서 액체로 변합니다. 수소+산소 엔진은 로켓 엔진 중에서 비추력이 가장 높은 엔진이기도 합니다.

극저온의 산소와 수소는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상온에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저장하면, 지속적으로 열이 들어와 항상 증발이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저장 시에는 열을 차단하는 단열 기술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로켓이 대기권을 뚫을 때도 열이 많이 들어오고, 들어온 열은 극저온 액체를 기화시키게 됩니다. 극저온 액체가 기화되어 기체가 되면 부피가 팽창되어 저장 탱크의 압력이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저장탱크의 압력을 조정할 수 있는 기술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수소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수소 입자의 크기가 작아 금속 안으로 확산이 잘 되는데요. 수소 입자는 금속으로 들어가 금속과 결합하여 압력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과하게 들어가면 단단한 금속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수소 저장탱크나 배관은 그래서 아주 튼튼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소는 작은 구멍에서도 잘 새는 특성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접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본드라마 ‘변두리 로켓‘을 보면 수소 배관의 밸브 개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에피소드 중 수소를 연료로 쓰기에 어려운 부분을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수소가 필터를 지나면서 이물질을 생성하고 그 이물질이 밸브를 못 쓰게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소가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최근 스페이스X에서 랩터(Raptor) 엔진을 개발했는데요. 이 엔진은 액체메탄과 액체산소를 이용한 로켓 엔진입니다. 수소엔진은 힘이 세고 케로신 엔진은 잘 작동을 하고 있는데 왜 액체메탄 엔진까지 개발했을까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 특히 화성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는 연료(케로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화성에서 생산 가능한 메탄이 케로신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이러한 이유로 엑체메탄을 연료로 쓰는 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2016년 9월 공개한 랩터 엔진 연소시험 장면. <사진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 온도 조금만 올라도 기체로…다루기 힘든 극저온 추진제

이처럼 우주 로켓에서 사용하는 극저온 산화제인 액체산소나 극저온 연료인 액체수소, 액체메탄 등을 다루는 기술의 핵심은 열관리입니다. 각각 액체산소는 –183℃, 액체수소는 -253℃, 액체메탄은 -161℃에서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바로 기체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액체산소와 액체수소 등 극저온의 액체는 증발, 팽창, 폭발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산화제 탱크나 연료 탱크에 이러한 극저온 액체를 채우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운데요. 충전할 때나 운용할 때 각각의 기화된 기체들이 다른 기체를 만나는 것도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수소기체와 산소기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점화원이 있으면 폭발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단열만큼이나 폭발 위험 없이 기체를 배기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뜨거운 것을 다루기도 어렵지만, 이처럼 차가운 것을 다루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불꽃이나 열을 내지 않으면서도 폭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니 더 다루기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말도 없고 얌전해 보이는 사람이 정말 화낼 일 있으면 더 무서울 때가 있는 것처럼요.
불타는 ‘차가운 냉장고’를 만들어서 길들이고 이것을 엄청난 힘과 속도로 우주까지 보내는 일, 절대 만만치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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