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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포커스

발사체 추진제 탱크의 비밀

  • 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8
  • 조회수 : 653


발사체 크기의 80% 차지하는 연료·산화제 탱크의 세계



<한국형발사체 산화제 탱크 EM(엔지니어링 모델)을 이송하는 모습.>




엔진으로 움직이는 모든 이동수단은 연료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매일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자동차는 휘발유나 디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항공기도 연료를 태워 하늘을 비행합니다. 우주 로켓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구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까지 날아올라야 하는 만큼 더 많은, 더 효율 좋은 연료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이동수단은 내부에 연료 탱크가 있습니다. 일정한 공간에 연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연료 탱크의 크기는 엔진의 크기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가볍고 튼튼해야 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연료 탱크를 무조건 튼튼하게 만든다고 강철만 사용한다면 연비가 떨어지겠죠? 가볍게 만든다고 약한 소재만 사용한다면 사소한 충돌에도 연료가 샐 위험이 있습니다.

엄청난 힘과 압력, 속도를 견뎌야 하는 우주 발사체는 특히 그렇습니다. 여기에 우주 발사체에는 또 하나의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차나 항공기는 연료를 태울 때 필요한 산소를 그냥 대기 중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가 없는 곳까지 날아가야 하는 우주 발사체는 연료를 태울 수 있는 산화제(액체 산소)를 별도로 싣고 가야 합니다.


추진제 탱크(연료 탱크+산화제 탱크)는 보통 우주 로켓 전체 크기의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저장하는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야하지만 마냥 무겁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탱크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발사체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최대한 가벼우면서 튼튼하게.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두 개념이 공존해야하는 추진제 탱크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요?




<한국형발사체 1단의 산화제 탱크(왼쪽)와 연료 탱크 단면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 탱크 내벽에 삼각형이?

한국형발사체에 사용되는 추진제 탱크는 최대 높이가 10m, 직경은 3.5m에 달합니다.
하지만 두께는 2.5~3mm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덩치만 큰 음료 캔과 마찬가지이죠.
이렇게 얇은 두께를 가진 추진제 탱크는 비행 중 겪게 되는 압력과 하중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로켓이 비행할 때 추진제 탱크 내부에는 대기압의 4~6배 정도의 압력, 그리고 비행 중 관성력과 공력에 의해 비행 하중이 가해지게 됩니다.

특히 발사체는 보통 원통형 구조물 형태로, ‘좌굴하중’을 받게 되는데요. ‘좌굴’에 취약합니다. 좌굴은 기둥의 길이가 횡단면의 길이에 비해 클 때, 기둥 양단에 압축하중이 가해졌을 경우 하중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기둥이 찌그러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발사체가 좌굴 하중을 이겨내지 못하면 몸통이 찌그러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발사체의 몸통에 해당하는 추진제 탱크 내부에는 이러한 압력과 하중에 버티기 위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추진제 탱크 내벽에는 빽빽하게 삼각형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등방성 격자구조(Isogrid Structure)’라고 부르는 형태로 추진제 탱크 내벽을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삼각형 형태의 격자보강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원통형 구조에 무게 대비 효율적으로 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삼각형의 각 변이 주된 하중을 지지하거나, 추진제 탱크 표면이 하중을 지지하고 삼각형의 각 변이 파손을 억제하는 방식이지요.

등방성 격자구조는 반복적인 계산과 해석이 필요한 극히 까다로운 기술입니다. 오랜 발사체 개발 역사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등의 국가와 달리 관련 연구가 처음이었던 우리 연구진은 반복적인 계산 및 수치 해석을 통해 최적의 등방성 격자구조를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추진제 탱크 내벽. 격자 구조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 탱크 내부 액체 출렁임을 방지하라!

발사체의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 산소는 모두 액체입니다. 액체는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도로를 달릴 때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를 운반하는 트럭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트럭이 달리면 내부의 물이 계속 흔들립니다.

자동차의 연료 탱크 안에서도 액체인 연료가 쉼 없이 출렁입니다. 탱크 내 액체의 유동 때문에 생기는 충격을 슬로싱(sloshing)이라고 하는데요. 자동차의 경우 이러한 슬로싱은 소음(유동음)과 내부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 뒷좌석 아래에 연료 탱크가 있어 미세한 유동음이 실내 소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러한 슬러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틸 소재 연료 탱크는 내부에 배플(baffle. 액체나 소리·빛의 흐름을 차단하는 칸막이의 일종을) 설치합니다.


우주 발사체의 추진제 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기가 훨씬 크고, 많은 양의 연료와 산화제를 싣는 추진제 탱크에서 슬로싱이 발생하면 발사 과정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벽이 두꺼운 자동차 연료 탱크와는 제작 조건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독자 발사체를 개발하다보니 우리 연구진도 추진제 탱크의 슬로싱을 줄이기 위한 설계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거듭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두께와 배플 및 연결부의 고정 방법을 설계할 수 있엇습니다.


◇ 우주 발사체는 ‘헬륨 가스’ 먹는 하마?

추진제 탱크에는 연료와 산화제만 있는 채워지는 게 아닙니다. 내부에는 헬륨가스 탱크도 들어갑니다. 물론 추진제 탱크 외부에도 헬륨 탱크가 있습니다. 소량이 들어가지만, 헬륨가스는 우주 발사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로 추진제 탱크와 터보 펌프의 압력을 높여줄 때 사용하고, 밸브를 여닫을 때도 헬륨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2년 10월 나로호(KSLV-Ⅰ) 3차 발사 당시, 발사 5시간 전에 카운트다운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단 로켓에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로켓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로켓 내부 압력이 일정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으면 로켓은 발사되지 않습니다. 분석 결과 1단 로켓의 마감재인 고무링이 손상되어 헬륨가스가 새나갔던 것입니다. 헬륨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료 및 산화제가 배관을 타고 터보펌프로 흘러가는 모습>




추진제 탱크에서도 헬륨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액체추진 로켓은 탱크 내부에 큰 압력을 줘서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보내는 가압식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탱크에는 아주 적은 압력만 주는 대신 터보펌프를 이용해 고압으로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보내는 터보펌프식이 있습니다. 탱크의 무게를 줄여야 하므로 한국형 발사체를 비롯해 대부분 로켓은 터보펌프 방식을 사용합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분사해 ‘힘차게’ 연소하도록 하는 역할은 터보펌프가 맡지만, 탱크에서 연료와 산화제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압력(4bar)이 필요합니다. 헬륨은 이러한 압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또 추진제 탱크 외부에 있는 헬륨 탱크는 각종 밸브를 여닫는 데 사용됩니다. 로켓은 케로신(연료)과 액체 산소(산화제)가 연소실에서 타는 힘으로 추진력을 얻습니다. 이러한 추진제가 탱크에서 나와 배관을 통과하게 되는데요. 이때 배관의 밸브를 작동하는 역할을 헬륨 가스가 맡습니다. 헬륨 대신 질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질소는 액화되면 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최대한 가벼운 헬륨 가스를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나로호 발사 당시 장면. 발사체 표면에서 얼음이 떨어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나로호 개발 당시 선행 연구의 값진 결실

이밖에도 추진제 탱크 안팎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우주 로켓을 발사할 때 보면 발사체 외벽에 얼음이 끼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산화제인 액체 산소를 싣고 있는 산화제 탱크 외벽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상온의 캐로신과 달리 산화제인 액체 산소는 –183℃의 극저온 상태입니다. 이때 외벽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발사체 외벽에 얼음이 얼게 되는 것입니다.

액체 산소는 이러한 차가운 성질과 함께 기화 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연료는 미리 채우지만, 산화제는 통상 발사 당일에 채우게 됩니다. 채우는 시간은 약 6시간. 물론 추진제 탱크에 채워진 연료와 산화제가 타는 시간은 150초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여러 난관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국내 기업과 함께 추진제 탱크 자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KSLV-Ⅱ)에 앞서 나로호 개발 당시 선행 연구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추진제 탱크 개발이 처음 도전해보는 새로운 시도였지만, 우리의 구조 설계나 해석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작에 들어가는 이론적인 설계 값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형발사체 산화제 탱크.>




선행 개발은 이러한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대형 경량 압력구조물을 개발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비록 해외 우주 선진국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완성도 높은 추진제 탱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우리 연구진은 한국형 발사체 추진제 탱크의 엔지니어링 모델(EM. Engineering Model)을 완료한 데 이어 조만간 인증모델(QM. Qualification Model)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후 그동안 연구개발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비행모델(FM. Flight Model) 완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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