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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포커스

압력은 높이고 새는 곳은 막아라

  • 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8
  • 조회수 : 371

우주 발사체 엔진의 두 얼굴 ‘압력’
우리 주변에는 많은 압력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공기의 무게에 의한 압력인 대기압이 있지요. 우리 몸 안의 압력과 같아 느낄 수 없을 뿐입니다.
자동차 타이어에도 압력은 존재합니다. ‘타이어 공기압’을 30으로 해라, 40으로 해라 할 때의 ‘공기압’ 또한 타이어에 들어있는 공기의 ‘압력’을 말합니다.

풍선에서도 압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입으로 풍선을 불다가 구멍을 막지 않고 입을 떼면 ‘슈~욱’ 소리를 내며 풍선은 날아갑니다. 풍선을 불면 가스가 차는데 이것은 그냥 가스가 아니라 압력이 찬 가스입니다. 입을 떼면 이 압력 가스가 새면서 풍선을 날아가게 하는 거죠. 다시 말해 압력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뀐 것입니다. 물론 이때 풍선의 압력은 낮고 가스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멀리 날지는 못합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사용해 더 큰 압력을 확인하고, 조금 더 멀리 날아가는 실험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과학실험 시간이나 과학체험 행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물 로켓입니다. 보통 페트병에 일정 정도의 물을 넣고 공기를 넣어 압축하면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압력이 생기게 되는 거죠. 이때 순간적으로 페트병의 마개를 열면 압력이 물을 밀어내면서 로켓이 날아가게 됩니다.

뉴턴의 제3운동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배울 때 이 실험이 자주 쓰이는데요. 여기서 압축된 공기는 에너지원이 되고, 물은 페트병을 날아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왜 물을 채울까요? 만약 물이 없고 페트병에 공기만 있으면 마치 공기만 들어간 풍선처럼 큰 힘을 내지 못합니다. 물로켓에서는 기체에 비해 밀도가 훨씬 큰 물을 밀어내도록 하여 동일한 압력으로도 ‘작용’하는 힘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이 때 물로켓은 그 ‘반작용’으로 힘차게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압력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 셈입니다.




<우주 발사체와 탐사선 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이 분출되어야 한다. 사진은 우주왕복선 애틀란티스호 발사 장면. <사진 출처=픽사베이>>




◇풍선·압력밥솥·로켓에 숨겨진 압력의 비밀

우주 발사체도 원리는 같습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엄청난 압력의 배기가스를 분출하고 그 힘으로 지구 밖 우주로 날아가게 됩니다. 물 로켓에서는 물이 로켓을 앞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우주 로켓에서는 연료와 산화제를 섞은 추진제를 연소실에서 태우고 이때 생기는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진 배기가스가 이 역할을 맡습니다. 

압력이 있어야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압력이 필요하지요. 아주 높은 압력은 발사체를 우주로 날려 보내기도 하지만, 발사체의 압력은 크고 작은 사고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아주 큰 압력을 만들어야 하는 동시에 극미량의 압력도 새지 않도록 우주 발사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주 개발은 이처럼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을 지닌 압력을 다뤄야 하므로 험난하고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압력밥솥은 이러한 ‘두 얼굴의 압력’을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인데요. 압력밥솥 안의 압력은 내부에 물이 끓으면서 생기는 수증기로 만들어집니다. 온도를 높여 물을 끓이고 여기서 발생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서 얻은 압력으로 밥을 짓거나 고기를 삶는 등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높아진 압력을 유지하는 것과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압력이 새지 않도록 이음새는 고무나 실리콘으로 된 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뚜껑 윗부분에는 증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압력이 커져 증기의 힘이 세지면 마개를 밀어 올려 증기가 빠져나가고, 압력이 떨어지면 다시 마개가 닫혀 압력이 올라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압력솥에서 나는 칙칙 소리는 이런 과정에서 나오게 됩니다.

지금은 기술과 제품이 좋아져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초기에는 압력밥솥이 터지는(뚜껑이 날아 올라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요. 압력이 너무 높아진 상태에서 억지로 뚜껑을 열거나 구멍에 이물질이 끼어 압력이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 생기는 사고였습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당시 모습. 압력 제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고였다. <사진 출처=NASA>>




압력의 위력과 아주 미세한 압력이 얼마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합니다. 발사 현장에서, 혹은 TV 생중계로 발사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발사 순간의 환호가 1분여 만에 비명으로 바뀌었습니다. 챌린지호 폭발은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하면서 인류의 우주 도전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고로 기록됩니다.

오랜 조사 끝에 이 폭발 사고의 원인은 바로 고무 오링(O-ring)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고무 오링은 우주왕복선 고체추진제 부스터가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고압의 배기가스가 새지 않도록 접합과 압력 유지의 역할을 담당하는 부품이었는데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고무가 얼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압력이 새면서 폭발로 이어졌던 겁니다.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는 우주 발사체

우주 발사체와 압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대기권 밖으로 로켓을 쏘아 보내려면 엄청난 속도와 힘이 필요합니다. 제1 우주속도(지구에 추락하지 않고 지구궤도를 돌 수 있는 최소한의 속도)는 초속 7.9km, 제2 우주속도(지구궤도를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속도)는 무려 초속 11.2km에 달합니다. 이런 속도와 힘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으로 배기가스를 분출해야 합니다.

압력이 높을수록 가스를 ‘힘차게’ 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적절한 압력으로 연소기로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압력을 견디기 위해서는 탱크가 그만큼 튼튼해야 하는데 그러면 탱크를 두껍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히 무게가 높아지겠죠?

우주 로켓이 ‘무게와의 싸움’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살펴봤습니다. 숨어있는 단 몇 그램(g)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통스러운 다이어트를 하는 상황에서 높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 추진제 탱크를 무조건 두껍고 튼튼하게만 만들수는 없습니다.

       
◇압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

우주 발사체 엔진은 이처럼 추진제인 연료와 산화제를 어떤 방식으로 연소기로 보내느냐에 따라 크게 가압식과 터보펌프식으로 나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2002년 개발한 과학로켓 3호(KSR-Ⅲ)가 대표적인 가압식 액체로켓이었지요. 가압식 로켓은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위에 별도의 가압장치를 장착해 연료와 산화제를 적절한 비율과 압력으로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구조는 간단하지만, 추진제 탱크에 별도의 가압 장치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터보펌프식 로켓은 이와 달리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에서 연소기로 연결되는 부위에 터보펌프를 장착해 압력을 높여주는 방식입니다. 터보펌프는 발사체의 에너지원인 연료와 산화제에 압력을 가해 연소실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한다고 해서 ‘발사체의 심장’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압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터보펌프식 로켓은 연소기의 압력을 크게 높이면서도 추진제 탱크를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터보펌프식 로켓은 다시 ‘가스발생기 사이클(개방형)’ 방식과 ‘다단연소 사이클(폐쇄형)’ 방식으로 나뉩니다. 터보펌프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연소기 외에도 별도의 작은 연소기(예연소기, 혹은 가스 발생기)가 필요한데요. 이 예연소기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외부에 배출하는 방식이 개방형 가스발생기 사이클이고, 이 배기가스를 다시 주연소기로 보내 재사용하는 방식이 폐쇄형 다단연소 사이클입니다.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모습. 결국 얼마나 높은 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시험의 핵심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Ⅱ)의 엔진은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인데요. 우리 연구원도 엔진 효율이 우수한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의 엔진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발사체 엔진을 연구하고 도입하는 것 역시 효율이 좋은, 다시 말해 같은 분량(무게)의 연료로 더 높은 압력을 발생시키는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엔진 방식에 따라 압력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가압식 로켓의 경우 연소기의 압력이 10~50bar 정도, 터보펌프식은 개방형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의 경우 100bar 전후, 폐쇄형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은 200~300bar에 달합니다. 또 개방형은 예연소기와 주연소기의 압력에 차이가 거의 없지만, 폐쇄형은 예연소기의 압력이 주연소기의 2배에 달합니다.


◇압력을 높이는 이유 “더 힘차게, 더 가볍게”

이처럼 발사체 엔진에서 압력을 높이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단순합니다. ‘더 힘차게’ 배기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인데요. 다시 말해 운동에너지를 크게 하고자 하는 것인데 발사체에 엔진에서는 터보펌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압력을 높이는 또 다른 이유는 엔진의 무게가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압력을 높이면  무조건 무거워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배관, 펌프, 연소기 등 부품의 벽 두께가 증가하지만 가장 큰 덩치를 차지하고 있는 주연소기의 크기가 크게 줄어듭니다. 배관 등은 벽이 두꺼워졌지만 주연소기가 작아지면 배치할 배관 길이가 짧아지니 오히려 배관등 관련 부품의 무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압력을 무조건 크게 높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고압으로 만드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적정한 압력 이상에서는 무게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또 부품이 지나치게 작아지는 경우 오히려 제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엔진을 어떤 사이클 엔진으로 할 것인지, 엔진 추력은 어느정도로 만들 것인지에 따라 선정할 수 있는 적정한 압력범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또 우주 발사체는 배기가스를 배출시켜 하늘로 향하게 할 때만 압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발사체에 처음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 파이로 시동기(파이로 스타터. Pyro Starter)가 있는데요. 이것 역시 점화기에 불을 붙여 짧은 시간동안 고압의 가스를 분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자동차의 에어백이나 비행기의 산소마스크도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사고가 나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에어백이 터지는 것도 순간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고요. 비상 상황에서 비행기의 객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비행기의 산소마스크 역시 압력이 가해져 작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에는 별도의 산소 탱크가 없습니다. 대신 고체로 된 산소 발생기가 있지요. 그래서 충격이 가해지거나 조종석에서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이것이 터져 압력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발사체 개발은 압력과의 끝없는 사투

앞서 챌린저호 폭발 사고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우주 발사체 엔진에서 압력은 우주로 날아가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발사체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챌린저호뿐 아니라 발사 당시 문제가 생긴 우주 발사체의 상당수는 압력 계통에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나로호 3차 발사 연기의 원인도 로켓 최하단과 발사대를 연결하는 연결포트의 '오링'이었습니다. 로켓에 연료와 헬륨가스 등을 주입할 때 기체가 새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서 연료나 헬륨가스를 제대로 채워 넣을 수 없었던 거죠. 결국, 압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뱅가드((Vanguard) 로켓 역시 개발 초기 압력에 문제가 발생해 큰 실패를 경험합니다. 1957년 12월 발사 당시 추진시스템에서 충분한 압력과 추진력을 생성하지 못하면서 발차 2초 만에 폭발했습니다.

발사체 엔진 개발에서는 부품 제작부터 조립 등 전 과정에 걸쳐 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수십 번 수백 번 점검했는데도 언제 어디서 새는 곳이 발견될지 모르는 그야말로 ‘압력과의 사투’를 벌이는 셈이죠.

이처럼 우주 발사체 개발은 어느 것 하나 쉽게 건너뛸 수 없는 기나긴 여정입니다.




<1957년 미국 뱅가드 로켓 폭발 장면. 충분한 압력을 생성하지 못해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사진 출처=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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