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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포커스

발사체의 심장, 터보펌프

  • 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8
  • 조회수 : 178


‘혈액 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하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혈액순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심장’이 담당하는데요. 이 ‘심장’이 온 몸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 몸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지요. 심장이 멈추면 신체의 기능도 정지됩니다.

우주발사체에도 심장의 역할을 하는 부품이 있습니다. 바로 ‘터보 펌프(Turbo Pump)’입니다.
터보 펌프는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압축시켜 연소실로 보내주는 역할을 해 ‘발사체의 심장’이라고도 불립니다. ‘터빈’ 이라 불리는 기계의 회전력으로 펌프를 가동시키기 때문에 ‘터보 펌프’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우주발사체의 심장이자 발사체에서 유일하게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계인 터보펌프의 세계로 출발합니다.



◇극한의 기계적·물리적 환경 견뎌야

심장이 뛰면서 일정한 압력으로 에너지원인 피를 우리 몸 구석구석에 보내는 것처럼, 터보 펌프는 발사체의 에너지원인 연료와 산화제를 일정한 압력으로 엔진에 보내줍니다. 사람의 심장처럼 발사체의 생명을 좌우하고, 아주 작은 오작동이나 결함이 폭발과 발사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그야말로 발사체의 핵심부품입니다. 

보통 터보펌프는 유체의 흡입을 위한 부품인 인듀서(Inducer), 원심력을 이용해 유체를 가압하는 임펠러, 터보펌프를 돌리기 위한 터빈 등의 주요 구성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스발생기에서 발생되는 가스가 터빈을 돌려주면 터보펌프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연료 및 산화제 탱크에서 흘러온 연료 및 산화제는 인듀서를 통과해 임펠러에서 가압된 후 엔진으로 향하게 됩니다.

터빈을 돌려 고속 회전에 필요한 동력을 발생시키고 이 동력으로 액체나 기체를 가압하여 이동시킨다는 점에서는 여느 펌프와 비슷합니다.




터보펌프의 구조도. 산화제 및 연료펌프 등이 한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가면서 발생하는 극한의 기계적·물리적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터보펌프를 자체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터보펌프는 극저온의 액체산소와 상온의 연료, 터빈이 돌아갈 때 발생하는 고온이 한 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열구조 측면에서 매우 까다로운 부품입니다. 발사체에서 고속으로 돌아가는 회전기계는 터보펌프가 유일합니다.

한국형발사체 1,2단에 사용되는 75t급 엔진용 터보펌프와 3단에 사용되는 7톤급 엔진용 터보펌프의 축 회전 속도 범위는 1만~3만rpm입니다. 내연기관인 자동차 엔진에 사용되는 터보차져의 회전 속도는 5만~10만rpm에 달하지만, 크기가 작아 달성하기 쉬운 속도입니다. 상대적으로 훨씬 큰 터보펌프가 그 정도 영역대의 회전 속도를 보이는 것은 기계적으로 매우 가혹한 영역입니다.

여기에 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의 유량과 발사체에서 사용되는 연료의 유량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현재 개발중인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엔진에는 초당 255kg의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해 연소시켜야 합니다. 200리터 드럼통에 담긴 연료를 1초만에 태워야하는 엄청난 양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출구 압력’인데요. 이 출구 압력이 높아야 고압인 상태로 연료를 연소실로 보낼 수 있습니다. 발사체의 경우 출구 압력이 100bar 이상인 반면, 자동차의 출구 압력은 10bar가 채 되지 않습니다.
산화제와 연료의 유량, 그리고 출구 압력을 고려해봤을 때 자동차에 사용하는 터보펌프를 발사체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높은 압력을 만들면서도, 작고 가볍고 튼튼하게

물론 크기와 무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수도꼭지를 한 번 생각해볼까요?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크게 만들거나 수도꼭지의 압력을 높이면 됩니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크게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게도 많이 나가겠죠? 대신 같은 크기의 수도꼭지로 물이 잘 나오게 하려면 압력을 높이면 됩니다. 수도꼭지의 재질과 구조만 튼튼하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압력을 높여 물이 콸콸 쏟아지게 할 수 있습니다.

터보펌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발사체는 결국 무게와의 싸움인데요. 발사체 전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이즈를 줄이고, 두께를 얇게 하고, 심지어 파내는 혹독한 다이어트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kg ~ 수백kg에 달하는 터보펌프는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닙니다. 단 1kg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기를 더 크게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터보펌프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 소재 단계부터 최대한 가볍고 튼튼한 것으로 사용합니다. 터빈은 고온에서도 잘 견디는 내열강을 쓰고, 극저온을 견뎌야 하는 산화제 펌프는 스테인리스강, 상온의 연료 펌프는 알루미늄 소재를 주로 사용합니다. 또 연료와 산화제가 조금도 새지 않도록 위해 기밀(氣密)도 매우 중요한데,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완벽한 기밀을 유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터보펌프로 보내는 이유는?

이렇게 극한의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터보펌프는 75톤급 엔진에 사용되는 경우 초당 -183℃의 액체산소(산화제)를 175kg, 상온의 케로신(연료) 70kg을 연소기로 공급하게 됩니다. 이때 산화제펌프와 연료펌프에는 각각 100bar, 120bar 수준의 압력이 가해집니다. 

액체로켓에서 터보펌프로 추진제를 연소기로 보내는 이유는 압력과 무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액체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보내 ‘격렬하게(혹은 힘차게)’ 연소시켜 여기서 얻은 힘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격렬하게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연료와 산화제가 높은 압력과 유량으로 흘러들어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자체에서 압력을 가하는 방식(가압식)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추진제 탱크에 직접 압력을 주려면 탱크가 그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두껍고 튼튼하게 제작되어야 합니다.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엔진(왼쪽)과 75톤급 엔진 4개로 구성된 한국형발사체 1단 로켓. 각각의 엔진에 터보펌프가 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탱크가 무거워지면 무거워질수록 발사체 효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짐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이렇게 탱크에서 무게를 다 차지해버리면 인공위성도 작아져야 하고 짐도 조금밖에 싣지 못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고안한 것이 바로 터보펌프입니다. 추진제 탱크에는 아주 작은 압력만 가하게 하고 나머지 필요한 압력은 추진제 탱크와 연소기 연결 부위에 따로 터보펌프를 달아 여기서 높은 압력으로 추진제를 보내는 방식(터보펌프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실매질 시험 도중 폭발도…실패 딛고 국산화 성공

국내 터보펌프 개발은 ‘무’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찾은 터보 펌프 도면만 보고 연구가 시작됩니다. 처음 제작하다보니 소재 선정부터, 조립 과정 모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해 조립을 한다든지 등의 세세한 노하우들이 축적됐지만, 당시만해도 조립 과정에서 구조가 변형되는 등의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또한 우주용 터보펌프를 제작해 본 산업체는 전무했기 때문에 산업용 터보펌프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그리고 우주개발에 참여할 열망이 있는 산업체를 찾아 나서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연구진은 지난 2000년대 중반 30톤급 엔진 선행연구를 통해 터보펌프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실매질(실제 발사체에 사용되는 연료와 산화제를 넣고 지상에서 시행하는 시험) 시험설비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터보펌프를 완성하고 2007년 4월 러시아의 시험설비에서 첫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에 들어갑니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보였던 실매질시험은 시험 시작 14초가 지나면서 터보펌프의 회전수가 1만 8,000rpm이 되었을 때 산화제펌프 내부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산화제펌프가 폭발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다행히 연료펌프 손상이나 연료 유출은 발생하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산화제펌프의 부품이 모두 망가져 연구진은 크게 낙담합니다. 하지만 낙담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부서진 산화제펌프를 모두 들고 한국으로 돌아와 부품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8년, 우리 연구진은 다시 만든 터보펌프를 들고 러시아 시험설비장으로 향했습니다. 결과는 성공. 우주개발과 우주를 향한 도전에서 100% 완성, 100% 성공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연소기, 터보펌프를 비롯해 75톤급 엔진, 7톤급 엔진 등 한국형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한 발걸음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일부는 개발을 완료했고, 또 일부는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개발과 시험이 완료되면, 엔진과 부품을 연결해 또 시험이 이루어집니다. 30톤급 터보펌프 실매질시험의 역사에서 보듯 100% 완성, 100% 성공은 없습니다. 개발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시험 과정에서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까요.
분명한 것은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가 완성과 성공을 향해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것이 결승점이 아닙니다. 완성과 성공은 또 다른 도전의 출발점이지요.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더라도 결승점인 동시에 출발점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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